08학번 새내기입니다. 그런데 나이가 좀 많아요. (속닥속닥)
by 동그리
( ) 을 마시는 새

난 일단 와이번이 내게서 멀어졌기 때문에 떨리는 손으로 이루릴의 허리 상처를 막았다. 이루릴은 상처를 꽉 누르자 신음을 뱉었다.
 "으으음... 하아, 하악"
 나는 그녀에게 충격이 가지 않도록 주의하며 그녀의 허리 뒤를 만져보았다.
 기억대로다. 그녀의 혁대 등쪽에 있는 작은 가방이 만져졌다. 난 떨리느라 잘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을 힘겹게 움직여서 힐링 포션을 꺼내었다. 이루릴의 얼굴은 벌써 파리하게 변하고 있었다. 인간이라면 쇼크사가 일어날 텐데, 엘프는 제발 아니길 빈다. 난 힐링 포션의 병 주둥이를 거의 부수듯하며 열었다. 그리고 그녀의 입술 사이로 흘려넣었다.
 이루릴은 입술을 적시는 감각에 눈을 떴다. 그녀는 약병을 보더니 목이 타듯이 말했다.
 "사, 상처에도..."
 상처에? 아, 상처에도 바르라고? 난 이루릴의 혁대를 풀고 블라우스를 끄집어내었다. 에 젖어 끈적거리는 블라우스를 조심스럽게 치우고는 그녀의 허리의 상처를 드러내었다. 참혹했다. 이루릴의 허리와 에 둥글게 나 있는 구멍에는 내 손가락 들어가겠다. 난 조심스럽게 약을 발랐다. 를 먼저 닦아내어야 되는 것 아닌가? 그 순간 나는 쭈뼛하는 느낌을 받았다. 뭘 느꼈던 거지?
 내게 다가오는 큼직한 발자국소리다. 그것을 느꼈던 것이다.
 "조심해! 후치!"
 고개를 돌려보니 벌써 육박하고 있는 와이번이 보였다.

- 이영도, <드래곤 라자> 중 -



하텐그라쥬라는 얇은 도깨비지가 바라기에 의해 찢어지는 것 같았다. 비형이 신음을 흘리며 주저앉았다. 그런 상황에서 입을 열 수 있는 종족은 아마도 도깨비뿐일 것이다.
 "지금 뭐 하는 겁니까?"
 케이건이 고개를 돌려 비형을 바라보았다. 그의 얼굴은 묘하게 비형과 비슷했다. 케이건 또한 자신이 행한 에 대해 불가해함을 느끼고 있었다. 케이건은 특유의 친저한 태도를 발휘하여 비형과 자신 둘 다를 만족시키기로 했다.
 "한 번 더 해 봅시다. 그러면 우리 둘 다 지금 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알게 될 것 같소."
 비형이 거부의 외침을 외칠 틈은 없었다. 케이건은 다시 바라기를 움켜쥐고 허공을 향해 있는 힘껏휘둘렀다.
 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톱이 한량 없는 적의 땅을 할퀴는 듯 했다. 건물은 무너진다기보다 터져버렸고 포석과 돌기둥, 건물의 처마 등이 폭풍을 일으키며 치솟았다. 그리고 그 뒤편으로 잔해와 흙먼지들이 지상에 내려선 구름인 양 꿈틀거리며 압도적인 힘을 가진 것 특유의 무겁고 느린 모습으로 서서히 번져나갔다. 비형은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.
 "그만두세요! 예?"

- 이영도, <눈물을 마시는 새> 중 -

by 동그리 | 2009/09/28 21:55 | 트랙백 | 덧글(1)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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